비 오는 오후, 대전웨딩박람회에 가기 전 내 마음속 메모장에 표시한 체크포인트들

오늘도 역시 너무 커진 우산을 접으며 현관에 섰다. 지난주엔 구두 뒤축이 부러져 버스를 놓쳤고,
그 전주엔 하필이면 네일을 갓 바른 직후라 티켓을 집다 떨어뜨렸다. 어쩐지, 중요한 순간마다
작은 실수가 꼭 끼어들어 나를 놀리곤 한다. 이번 주말엔 드디어
대전웨딩박람회에 간다.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또 한 번의 ‘TMI 가득 메모장’을 펼쳐보았다. 흐음, 이 리스트가
완전한 걸까? 그래도 써두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사실이니까.

장점·활용법·꿀팁, 그리고 현장에서 깨달은 ‘아차’들

1. 드레스 피팅, “저… 한 벌만 더 입어볼게요!”

처음엔 예약된 시간 30분이면 충분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막상 레이스 한 겹만 달라져도
거울 속 내가 완전히 달라 보이더라. 포인트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는
걸 미리 인정하는 것. 그래서 나는 피팅 시간 앞뒤로 최소 15분씩 피곤해도 빈 칸을 만들었다.
혹시 모를 지연, 좁은 탈의실에서 버벅거림… 아, 똑딱이 단추를 제대로 못 채워
스태프에게 세 번이나 “죄송해요…”를 외친 건 비밀😅

2. 상담 부스 동선, 지도보다 발길이 먼저 움직인다

박람회장 입구에서 배포한 안내 지도를 접었다 폈다 하다 결국 구겨졌다. 에라, 그냥 발이
이끄는 대로 가보자는 심정으로 걷다 보니, 예상 못 한 플로리스트 부스를 먼저
만나더라. 결과적으로 꽃 포인트를 먼저 정해두니 다른 결정이 순식간에 맞춰졌다.
동선은 흐르듯… 내 기분도 그 흐름에 맡겼다. 괜찮다, 계획의 빈틈은 새로운 영감이
채워주니까.

3. 샘플 케이크 시식, 당 충전의 힘

결혼식 케이크는 사진으로만 봤지, 실제로 한 입 먹어본 건 처음이었다. 초콜릿이
생각보다 쌉싸래해서 놀랐고, 그래도 달콤함 덕에 오후 일정에 힘이 났다. 작은 팁을
곁들인다면, 텀블러에 물을 꼭 챙겨가자. 케이크 한두 조각이면
금세 목이 막히는데, 현장에는 정수기보다 커피머신이 더 많다. 그리고… 흰 원피스에
크림 묻혀버린 건 내 흑역사. 휴지보다 물티슈가 진리!

4. 예물·예복 패키지, ‘묶음 할인’의 달콤한 덫

눈부신 조명 아래 반짝이는 커플 반지, 그것만 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스태프가
순식간에 계산기를 두드리며 “오늘 계약하시면 이 가격!”을 외치는데, 순간 마음이
훅 끌렸다. 하지만 나는 ‘세 번 호흡하고 질문하기’를 몸에 새겼다.
숨 한 번, 가격. 두 번, A/S 조건. 세 번, 디자인 커스텀 가능 여부. 이렇게
끊어 물으니, 결국 옵션 두 개를 빼고 20만 원을 절약했다. 작지만 뿌듯!

단점, 솔직히 말해볼까

1. 과도한 브로슈어, 집에 오면 ‘종이 산’

“기념으로 챙겨가세요!”라는 말에 무심코 받은 브로슈어가 가방을 끌어당겼다.
집에 돌아와 펼치니 같은 페이지가 세 부씩. 환경도, 내 어깨도 울고 있었다.
결국 새벽에 분리수거 봉투를 뒤적거렸다. 다음엔 ‘정말 관심 있는 브랜드’만 고르자,
스스로 다짐했다.

2. 소음과 인파, 감성 사진 포기각

인스타용 감성 사진? 음, 워낙 북적여서 내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등 뒤에서
“우와! 여기 뭐야?” 하는 외침이 섞인다. 결국 흔들린 사진만 가득. 차라리
마음 편히 브이로그를 켜두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담는 게 낫더라.

3. 즉석 계약의 압박

박람회 한정 혜택, 오늘만 할인… 달콤한 유혹이 노래처럼 울린다. 그래도
‘결제는 집에서’ 원칙을 고수했다. 카드 단말기를 눈앞에 두고도 웃으며
“이메일 견적 먼저 부탁드릴게요.”라고 말하니, 스태프가 잠시 정색했지만
결국 견적서를 보내줬다. 마음 약한 나를 지켜낸 작은 승리였다.

FAQ – 친구에게 받은 질문, 내 답변으로 대신하기

Q. 박람회 갈 때 혼자 가도 괜찮을까?

A. 가능하지만, 가감 없는 피드백을 줄 친구 한 명만큼 든든한 건 없다.
나는 예복 코너에서 넥타이를 묶다 헤매는 신랑 후보(?)를 목격했는데,
친구가 뒤에서 슬쩍 매듭을 고쳐줬다. 그 장면이 괜히 부럽더라.

Q. 예물 견적, 현장 예약이 꼭 싼가?

A. 솔직히, 일부 브랜드는 온라인 쿠폰이 더 세다. 현장 특전이라도
사은품만 화려하고 실질 할인은 작을 수 있다. 내가
“온라인 가격이 더 저렴하던데요?”라고 하자 곧바로 추가 할인을
제시한 경험이 있다. 한 번쯤 비교해보길!

Q. 일정 중 점심은 어떻게 해결해?

A. 박람회 내부 푸드존은 가격이 살짝 높다.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샐러드와 주먹밥을 사서 휴게 구역에 앉아 해치웠다. 덕분에
예산도, 시간도 아꼈다. 대신 냄새 강한 음식은 눈치 보일 수 있으니
가벼운 메뉴 추천! 😊

Q. 사전 등록 vs 현장 등록, 차이 있나?

A. 사전 등록은 기본 기념품이 확실하고, 입장 대기 없이 바로
바코드를 찍고 들어갈 수 있다. 나는 미루다 전날 밤 11시에
등록했고, 덕분에 긴 줄 옆을 스치듯 통과했다. 이 작은 쾌감,
꼭 누려보길!

…이렇게 쓰고 보니, 또다시 리스트가 길어졌다. 하지만
마음속엔 묘한 안도감이 돈다. 혹시 당신도 내가 적어둔
체크포인트를 따라가며 “아, 이거 말이 돼!” 하고
고개를 끄덕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실수를 더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까? 어쩌면 그 실패담이,
언젠가 또 다른 예비 신부의 웃음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 모두 빗소리 섞인 박람회장에서
행복한 소란을 만끽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