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웨딩박람회 준비 가이드 체크리스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은 이미 촉촉했다. 예비 신부라면 누구나 겪는다는 그 묘한 긴장감이, 커튼 사이로 흘러드는 빗소리와 함께 내 가슴을 두드렸다. “그래, 오늘이구나.” 부산역에서 열리는 웨딩박람회를 다녀오기로 마음먹은 건 일주일 전이었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니, 머릿속이 뒤죽박죽. 휴대폰은 충전이 덜 돼 있고, 가방엔 볼펜조차 없었으니까. 나답다, 정말.
비가 와서 그런가, 택시 기사님 목소리도 유난히 낮았다. 흘끗 보니 내 우산이 어제 편의점 3,000원짜리. 순간 ‘내가 정말 결혼 준비하는 사람이 맞나?’ 하는 자조 섞인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쨌든 부산웨딩박람회에 도착해야 했다. 그리고 내 손에는 빈 노트 한 권. “오늘 안에 꼭 뭔가 꽉 채워 와야 해!”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다그쳤다 🙂
장점 / 활용법 / 꿀팁
1. 한눈에 보는 ‘시간 절약의 마법’
입구에서 QR코드를 찍자마자 스태프가 일정표를 쥐여주었다. 웬걸, 드레스‧스냅‧플라워‧예물… 모든 업체가 한데 모여 있으니 발품이 반으로 줄었다. 내가 작년부터 모은 스크린샷들이 무색해지는 순간. “아, 여기만 돌아도 오늘 하루 만에 비교 끝이네?” 중얼거렸더니, 옆에 있던 예비 신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의외로, 모르는 사람끼리도 ‘방문 순서 정하기’ 팁을 나누더라.
2. 견적 비교는 실시간 라이브처럼
결혼 선배들이 ‘견적표만 철저히 챙기면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부스를 옮길 때마다 새 금액이 튀어나왔다. 나는 첫 부스에서 받은 250만 원짜리 드레스 패키지를 노트에 써 두었고, 바로 다음 부스에선 200만 원이란다. 와… 5분 만에 50만 원이 사라지거나 생기는 경험, 좀 짜릿했다! TIP이라면, 휴대폰 메모 말고 실제 종이에 펜으로 쓰는 것. 그래야 정신이 번쩍 든다. 핸드폰 화면은 금세 알림창에 묻히거든.
3. 현장 할인, 타이밍보다 ‘표정’이 중요?
웃긴 얘기다. 나는 커피를 급히 마시다 흰 셔츠에 살짝 흘렸다. 민망해서 허둥대는 사이, 플라워 부스 직원이 “괜찮으세요?” 하고 냅킨을 건네 주더니, 곧바로 10% 추가 할인을 제안했다. 우연이겠지? 하지만 뭔가 순진해 보였나 보다. 덕분에 예상보다 저렴하게 계약. 결론: 굳이 고개 빳빳이 들 필요 없다. 가끔은 약간 서툰 모습이 ‘신부 할인’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단점
1. 정보의 홍수, 마음이 흔들흔들
솔직히 말하면, 두 시간쯤 지나니까 머리가 아찔했다. 드레스만 해도 실크, 레이스, A라인, 머메이드… 설명을 듣다 보니 ‘나는 뭘 좋아하지?’가 사라졌다. 순간,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찍던 손이 멈춰서 “그냥 집에 갈까…” 중얼거리다, 커플링 부스 직원에게 들켜버렸다. 민망함은 둘째 치고,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가 결정장애를 부추긴다는 건 분명 단점!
2. 충동 계약의 덫
“지금 계약하시면 추가 혜택 드려요!”라는 말, 솔직히 심장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서명을 해버리고 나서야 ‘다른 부스도 볼걸…’ 후회가 밀려온다. 나 역시 포토테이블 패키지를 덜컥 계약했다가, 30분 후 더 마음에 드는 업체를 발견했다. 결국 위약금 5만 원을 물고 취소. 그러니 돌발적 ‘OK’는 금물. 마음속으로 ‘세 번 심호흡 후 서명’ 규칙을 세워 두시라!
FAQ, 그리고 내 작은 고백
Q1. 박람회 방문 전 꼭 준비해야 할 물건은?
A1. 경험상, 보조 배터리와 매끄러운 볼펜, 그리고 가벼운 손가방. 나는 큰 토트백을 메고 갔다가 어깨가 욱씬거려서 중도에 물품보관소를 찾느라 헤맸다. 덕분에 스태프와 수다 떨며 위치도 익히긴 했지만, 어쨌든 가볍게 다니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Q2. 사람 많은 시간대를 피하려면 언제가 좋을까?
A2. 토요일 오전 10시 오픈 직후가 의외로 한산하다. 다들 늦잠 자는지 모르겠다. 나는 10시 10분쯤 도착해서 첫 부스를 널찍이 구경했고, 12시쯤 되니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이른 새’가 되는 쪽을 추천! 아직 졸린 얼굴이어도 괜찮다. 스태프도 그 시간대가 느긋하다.
Q3. 예비 신랑이 박람회를 싫어한다면?
A3. 사실 내 예비 신랑도 “사람 많은 데는 질색”이라며 뒷짐. 그래서 나는 ‘1시간만 함께 돌고, 이후는 나 혼자’라는 타협을 제시했다. 대신 첫 1시간 동안은 그가 관심 있는 스냅 촬영 부스를 우선으로 돌았다. 그랬더니 은근히 재미 들려서, 결국 마지막까지 함께했다는 반전! 중요한 건 ‘흥미 포인트’ 하나를 잡아주는 것.
Q4. 정말 현장 계약이 유리하긴 한가?
A4. 솔직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 내가 받은 10% 할인은 분명 이득이었지만, 친구 H는 온라인 사전예약 쿠폰으로 더 저렴하게 드레스를 빌렸다. 그래서 나는 구두약속만 해 두고, 견적서를 받아 나온 뒤 하루 정도 숙성시키는 편을 추천한다. 어차피 큰 업체는 행사 직후에도 비슷한 프로모션을 이어 가더라.
여기까지 쓰고 나니 벌써 노트 한쪽이 ‘커피 얼룩 + 메모 + 스티커’로 난리다. 그래도, 그 난리가 내 결혼 준비의 첫 페이지라 생각하니 괜히 뿌듯하다. 독자님은 어떨까? 비 내리는 부산거리, 회색 구름 아래서 웨딩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뜨거워 보이지 않는지. 만약 내 경험이 누군가의 두근거림을 덜 떨리게 도와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자, 이제 내 다음 미션은 식장 투어. 또 무언가를 흘리고 실수할 것 같지만… 뭐 어떠랴? 실수도 스토리가 되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더 많은 TMI와 함께 돌아오겠다! 🌸